추억의 파래선생 여행기에서
지난 9월28일(05)에는 강릉서 시내버스를 타고는 소금강 종점에 도착, 입구서 산채비빔밥과 동동주맛을 보는 등 맛보기 관광을 하고는 소금강-진부-속사-장평-봉평-흥정계곡-장평 코스(116Km)를 2박3일로 라이딩 했다.
소금강에서 진부로 넘어 가는 진고개에 하오 늦게 도전했다가 혼이 났다.
거리상 60리 남짓해 과소평가했다가 초입에 이르자 날이 어두워 져 결국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무려 한시간 가까이나 가파르고 구비많은 고갯길을 잔차를 끌고 올라가면서 몇차례나 예정 코스를 변경해서라도 되돌아 내려 갈 생각을 하기도 했다.
실은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변동사항이 많았다.
이날 낮 12시반께 강릉에 도착해서는 원래는 소금강까지 자전거를 타고 갈 작정이었으나 햇�이 유난히 따겁고, 시내 교통도 한가롭지 않은 것 같은데다 소금강 골짜기 쪽에서 라이딩을 더 많이 할수 있는 시간을 벌겠다는 생각에서 관광안내소에서 지도를 챙기고는 단돈 9백50원짜리 시내버스에 앞바퀴를 뺀 잔차를 들고 오르고는 40분만에 소금강 종점까지 갔다.
그리고 즐비한 식당가운데서 버스기사가 추천한 충청집에 들어가 비빔밥과 동동주 한잔을 시키니 주인 아줌마가 다른 곳서는 3천원인데 2천원만 받겠다며 큰 대접으로 진따이같이 진국인, 동동주를 퍼담아 줬다.
맛이 뛰어 났지만 량이 너무 벅찰것 같아 3분의 1정도를 남겨 네 홉짜리 패트병에 담아 달랬드니 또 추가로 더 부어 줘 거의 3분의 2병이나 되는 것을 배낭에 넣었다. 등산로 입구 매표소에 갔드니 매표원 아저씨가 잔차가 갈 수 있는 길은 불과 5백m밖에 안된다는 설명이었고 대신 갈 수 있는 라이딩 길도 따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래서 불과 5백m를 들어 갔다가 나오면서 진고개를 넘어 진부까지 가기로 작정하고 삼거리까지 나와 진고개를 향한 것인데 불과 60리 길이 이렇게 멀고 힘들 줄이야..
고개 중턱까지 단수를 다 낯추고 올라 갔는데도 벌써 땅거미가 내리고, 구름도 쉬어가는 산 중턱의 허리 돌기는 한없이 계속되고 있고 겨우 6시가 좀 넘었음에도 어느새 사방이 깜깜한 칠흑의 밤이 되고 통과 차량도 거의 없어 적막하기만 했다.
이래서 몇번이나 차라리 되돌아 연곡해수욕장으로 내려가 해안길을 타고 강릉쪽으로 내려 가면서 적당한 어항서 해산물이나 실컷 맛볼껄 그랬나하는 후회를 하곤 했다.
드디어 7시15분 정상에 도착했으나 너무 인적이 드물어선지 한곳뿐인 식당도 이미 문을 닫아 그나마 불이 켜진 농산물 구판장앞에서 동동주로 목을 추기고 비상식량으로 요기를 하고는 다운힐을 하는데 이번에도 후랫쉬의 배터리가 다 소모돼 적막강산을 휘미하게 보이는 도로 중앙의 하얀색 분리선을 따라 저속으로 내려 와야 했고 또 급강하한 기온으로 방풍자켓을 꺼내 입고도 한기를 견디느라고 애를 먹었다.
지금 생각해도 고개턱 일대의 경치를 보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기 한이 없다.
진부에서 늦은 저녁을 허겁지겁 먹고는 9시께 작년에 정선 가는 길에 들렸던 모텔에 들어 가 따끈한 욕조물로 한기를 풀었다.
이튿날 아침에는 병세가 대폭 회복돼 걷기까지 하는, 9년전 몽골 여행때의 일행이었던 부림장 아저씨를 1년만에 다시 찾아 문안 인사를 드리고는 아침을 먹은 부림장 바로 앞 식당 여주인의 권고도 있고해서 봉평에 가보기로 하고 비교적 낮은 고개인 속사재를 넘어 다운힐로 장평까지 달렸는데 이때서야 일찌기 자주 들어 가 본, 일산 호수MTB 홈피에서 확인한, 한 회원이 이 부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는 그를 찾아 메밀꽃 동네 봉평에서 절경의 유명 계곡인 흥정계곡으로 들어가 이시돌 팬션을 찾아 나섰다.
사실 낯 설고 물 설은 외국에서도 지도 한장이면 목적지를 찾아가고 마는, 소위 `길 찾는데는 도사`로 자부하는 만치 `서울의 김서방`도 찾아 가고야 만다는 것이 내 신조가 되었고 어느새 이런 일을 즐기는 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총각시절 직장 업무상 제한시간에 쫓기며 서울 후암동에 사는, 호주나 세대주도 아닌 한 대졸 미혼 여성을 찾아 나선 적이 있었는데 주소의 번지수만 알고 있을 뿐 무려 2백개가 넘는 홋수는 몰라 당황하던 끝에 아예 미친 척하며 한낮의 조용한 주택가이던 그 골목 저 골목을 누비며 그 아가씨 이름을 목이 터져라고 마구 불러 대 당황한 그 녀가 달려 나옴으로서 쉽게 성공했고 뒤에 이 일이 회사에 알려져 한동안 화제의 인물이 된적도 있다.
흥정계곡은 1급수의 어종 쉐리가 산다는 맑디맑은 계곡물과 주변의 울창한 수림과 그림 같은 팬션들, 그리고 몇곳의 구름다리등으로 비교적 잘 정비된 우수한 경관이었고 이 통에 평일에도 단골손님이 끊이지 않아 유명 유원지를 방불케 한다.
이런 경치를 만끽하며 정겨운 개천변 도로를 따라 3km 올라가 이시돌 팬션을 찾아내고 주인장을 만나 보니 그는 이미 내 홈피를 그의 컴 즐겨찾기에 넣어 두고 있는, 싸이클 매니아인 김태경님(59, 모바일 016-223-1778). 동호인으로서 아주 반가운 해후를 하고는 이색 손님에 호기심으로 모여 든 이웃 사촌 남여 너댓 분들과 함께 소주를 반주로 점심을 함께 하고는 주인장과 둘이서 장평 너머 동네까지 왕복 60리 정도의 듀엣 라이딩까지 했는데 귀로의 봉평읍 통닭구이집에서 한잔하고 흥정계곡에 들어와서는 주인장과 친한 사이인듯한 7~8명의 동네 남여 젊은이들의 술자리에 잠시 어울리기도 했으며 또 팬션으로 돌아와서도 주인장이 `파래 형님`으로 부른 이 손님의 특청으로 낮에 미리 구해 놓은 동동주까지 마셨다.
산골의 긴 밤이어선지 주인장의 취침 권고시간이 9시로 너무 일러 방안에서 홀로, 베낭에 넣고 간 최소형 독일산 호너제 하모니카를 꺼내 작은소리로 50여년전에 즐겨 부른 `오빠생각` `선구자`등부터 시작해 최근에 익힌 조용필의 `친구`까지 10여 곡을 부르고서야 마침내 잠들 수 있었다.
밤새 비가 내린뒤인 이튿날 아침에는 그에게 홈피등에 음악 화일 넣는 기법등 등에 대한 도움을 좀 주고는 비가 잠시 멈춘 틈을 이용, 장평터미널로 나와 성남행 버스를 기다리는데 용케 이때서야 다시 장대비가 쏟아졌다. 성남 분당터미널에 내려서는 이슬비를 맞으며 20분거리의 집까지 달려 왔다.
(파래 선생 여행기에서 펌 )